구름에서
집에는 이런저런 흔적이 많다
긁히거나 무엇인가에 오염된 흔적들이다
이렇게 매일 보며 익숙해진 흔적은 평소에는 둔감히 지나치기마련이다
흔적이 익숙해 지면 벽에 걸어둔 무엇인가에 둔감해지고 사소한 물건의 배치에도 둔감해진다
그것은 아마도 집이라서 그런것일수도 있다
유하는 밤에 자주 깨어나는데 운이 좋으면 한두번이다
그럴때면 유하를 안고 집을 돌아다닌다
다시 잠을 재워야하기 때문에 창밖에서 들어오는 빛에 의지해서 거실이며 방을 돌아다닌다
조금씩시야가 익숙해지지만 색은 사라지고 집은 흑백이 된다
아기는 초기에 망막이 발달되지 않아서 사물이 흑백으로 보인다
비로소 나는 온전히 유하가 보는 것들을 비슷하게 보게된다
안겨있는 유하를 내려다보면
유하는 하얀벽에 어떤 작고 어두운 흔적을 보기도하고,
반대로 어두운 곳에 하얀 물건들을 보기도 한다
나도 따라서 한참을 보고 있으면 어떤 것들이 떠오른다
그것들은 컵이었지만 컵이 아니고, 종이였지만 종이가 아니다
검은 얼룩은 더 이상 얼룩으로 남지않고 살아있는 무엇이된다
유하는
벽과 문 이라는 것을 모르고, 컵이나 종이를 모르고, 얼룩을 모른다
그 중 어떤것은 나의 그림이지만,
나는 그것을 유하에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
오랜만에 하늘을 보았다
구름에 유하가 있다
얼굴이 있고, 웃는 모양의 입이 있다
밤에 보았던 하얀 색의 덩어리로 유하가 하늘에 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기들이 보인다
예전에는 아마 다른것들이 보였던 것 같다
이제 나는 유하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유하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